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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멜론슈가 후기|장면 하나하나가 오래 남는 드라마

habitar[36회 합격생] 2025. 12. 27. 01:06

며칠 동안 책을 안 읽었다.
대신 워터멜론슈가를 봤다.
원래는 한 편만 보려고 했다.
요즘은 뭐든 “조금만” 하려고 하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멈추기가 어려웠다.
다음 화를 누르는 손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이 드라마는 놀랍다.
자극적이지 않은데 마음을 붙잡는다.
큰 사건이 없어도, 장면 하나하나가 오래 남는다.
음악이 나올 때면 괜히 집중하게 되고
등장인물들이 웃고 떠드는 장면에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쪽이 찡해진다.
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이건 설명하면 재미없어지겠구나.
줄거리로 요약하기엔 감정이 너무 많다.
청춘 이야기 같다가도 가족 이야기 같고,
가볍게 시작했다가 어느 순간 마음을 건드린다.
나는 이 드라마를
“잘 만들었다”거나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보고 나면 기분이 조금 달라지는 드라마라고 말하고 싶다.
괜히 예전 생각이 나고,
지금 옆에 있는 사람들을 한 번 더 보게 만드는 그런 느낌.
혹시 아직 안 봤다면,
어느 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저녁에 틀어보면 좋겠다.
집안일 다 끝내고, 핸드폰 내려두고,
그냥 음악 흐르듯이.
놀랍다.
이런 드라마가 아직 있다는 게.

아직도 몇 장면이 자꾸 떠오른다.
하이찬이 사고로 더 이상 소리를 듣지 못하게 되었을 때,
할머니가 “내 귓때기 떼어준다” 하던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고,
다락에 갇혀 있던 청아가 하숙방으로 나와
할머니 품에 안겨 울던 장면에서는 나도 같이 숨을 골랐다.
시간여행을 끝내기 전,
하은결이 하이찬에게 인사를 하러 갔을 때
이찬이가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라고 했던 그 말도 그렇다.
말을 아껴서 더 아프게 남는 순간이었다.
너무 많은 장면들이 남는다.
코다라는 설정도,
음악으로 이어진 시간도,
말하지 못한 마음들도.
이 드라마는
다 보고 나서가 아니라
며칠이 지나서 더 생각난다.
아마 그래서,
아직도 마음 한쪽에서 계속 재생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